#1 쿠팡과 마켓컬리, 인지지도의 선점

지난글 https://applemint612.tistory.com/64에서 인지 map에 대해 잠깐 다루었었는데 설명이 부실했던 것 같아서 몇 가지 더 덧붙일까 싶어서..

# 마케팅의 기본은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파고들 수 있는 단어를 만들어 그 단어를 ‘소유’하는 것이다. 치과를 예로 들자면,

1. 치과에 자주 오기 힘든 사람들을 공략하기 위한 ‘짧은 치료기간’ : ‘급속교정' '임플란트 식립까지 원데이 치과진료’ -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아, 치과는 원래 몇 번씩 가야하지만 이 치과는 한 번 방문으로 모든 치료를 다 받을 수 있어 편리하구나.’ (물론 모든 치료가 단기간에 가능한건 아닙니다,,)

2. 먹튀치과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임진료‘ : ‘진료 후 최대 3년까지 무상보증’ -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아, 다른 치과는 치료한 후 보증이 어려워 신뢰가 가지 않았지만 이 치과는 내 치아를 믿고 맡길 수 있겠구나’

3. 치과치료는 아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공략하기 위한 ‘아프지 않은’ : ‘무통마취주사’, ‘수면치료’ -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아, 치과는 원래 아픈 곳이지만 이 치과는 아프지 않게 진료받을 수 있겠구나’ 등이 있을 수 있겠다.

# 이렇게 광고문구는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가상의 세계를 그려놓고, 그 속에서 특정한 영역을 선점한 후 그 영역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최고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놓는다.

#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문구를 통해, 자연스레 사람들의 머릿속에 온라인주문시장에서의 지도를 그려놓았다. 사람들은 이 문구를 보고 ‘아, 세상에는 로켓처럼 빠르게 배송해주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가 있구나. 쿠팡은 로켓처럼 빠르게 배송해주는 회사구나.’라고 자연스레 생각한다.

# 이제 사람들은 온라인주문하면 ‘쿠팡’을 자연스레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온라인주문’이라는 영역에 대해 그 보통명사를 선점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해당제품 모두를 대변하는 보통명사를 선점하면 이후의 브랜딩에서 굉장히 유리해진다. 이제 사람들은 콜라 하면 ‘코카콜라(Coke)’를, 검색하면 ‘Google’을, 해열진통제하면 ‘타이레놀’을 자연스레 떠올리고,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를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로 쓰기 시작한다. ‘Coke 한 잔 주세요’. ‘그 단어 구글링해봤는데 xxx라고 하더라.’ ‘타이레놀 2알을 복용하시면 됩니다.'

구글링이란 단어는 실제 영어사전에 등재되어있다

# 이런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이 그 고유명사를 대체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소비자들의 머릿속에는 ‘빠르게 배송하는 건 쿠팡’ 이라는 생각이 박혀있으므로, 본인들이 아무리 빠르게 배송한다는 사실을 알려본들 그것은 소비자들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 그래서 후발주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여 그 영역에서 자리를 선점하여 소비자들의 머릿속을 파고든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마켓컬리’의 '신선식품'과 ‘새벽배송’이다. 밤 11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신선식품을 배달해준다는 전략인데, 사람들은 이 글을 보고 머릿속에 그려져있던 온라인주문시장에서의 지도를 바꾼다. ‘아, 빠르게 배송해주는 회사도 있고 느리게 배송해주는 회사가 있는 것만은 아니구나. 신선식품을 최대한 신선한 상태로 배달해주는 회사가 있고 아닌 회사도 있는 것이구나. 마켓컬리는 신선한 제품을 먼저 배송해주는 회사구나.’ 쿠팡도 신선식품에 대해 새벽배송을 하지만 사람들은 신선식품 배달하면 마켓컬리를 더 먼저 떠올린다. 이렇듯, 후발주자들은 기존의 축에서 선점주자와 싸우기보다는 새로운 축을 그려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더 낫다.

# 아마존과 월마트도 비슷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월마트가 신선식품쪽에서 온라인쇼핑과 drive-thru 등의 두각을 보이며 선전하자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더 자세하게..

# 하여튼 이런 의미에서 일부 치과들이 표방하는 ‘양심치과’라는 용어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었는데, 이는 본인을 제외한 다른 의사 전체를 '비양심적인 곳'이라고 포장해버려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렇듯 소비자들의 인지지도를 이해하면, 이를 확장시켜나감으로써 사업의 확장을 꾀할 수 있다. 

1. 햄버거업체들과 스타벅스 등은 소비자들을 '걸어서 매장에 오는 사람들'에서 확장시켜, '차를 타고 매장에 오는 사람들'까지 소비자로 정의하고 이를 위하여 'Drive thru'를 도입했다. 이제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스타벅스의 고객이 될 수 있게 자연스레 유도한 것이다.

2. 주요 식당들은 소비자들을 아예 '매장에 오는 사람들'에서 '매장에 오지 않는 사람들'로 확장시키기 위해 '배달서비스'를 도입했다.

3. 맥도날드는 주 고객층을 '성인들'에서 '어린이들'까지 확장을 꾀하기 위해 '해피밀'을 도입했다.

# 의대/치대의 몇몇 과들은 분과 이름을 바꿔서 소비자 머릿속에서 인지적 확장을 꾀하기도 한다. ‘정신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이름을 바꾼 것이 대표적인데, 사람들은 ‘아, 정신에 문제가 있는 정신병환자들만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구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신적으로 피곤하거나 힘든 사람들도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가 다루는 질환의 확장

방사선과를 영상치의학과로, 소아과를 소아청소년과로 바꾼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 치과의사가 칫솔을 개발해 판매하거나, 소아과의사가 이유식 개발에 참여하거나, 의사가 진료가 없는 시간대에 건강을 주제로 강연을 나가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