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코로나 19, 공존할 수 있을까

  2020년 2월. 대한민국 최초의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그 당시의 공포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자고 일어나면 수백명씩 환자가 늘어났고, 코로나19 감염의 특징은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다. 온 나라가 감염병의 공포에 비명을 질렀다.

  지난 2년간 정부의 정책의 핵심은 ‘검사, 격리, 그리고 통제’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물량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확진자 주변을 쥐잡듯이 샅샅이 뒤져, 밀접접촉자들에 대해 검사에 검사를 거듭했고, 증상이 없는 환자들까지 찾아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확진자수와 사망자수를 눈 앞에 생생하게 드러내 준 정책의 효과는 대단했다. 이보다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공포는 없었다. 사람들은 정부 지시에 순응도가 높아졌고, 자발적으로 통제에 응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성공한 비결이다.

  검사, 격리. 그리고 통제. 이 정책은 국민들에게 하나의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주고 있다. 코로나19 원천봉쇄가 그것이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묵묵히 견딘게 핵에 대한 기대였듯이, 우리는 코로나19를 완전히 잡을 수 있다는 기대로 정부 정책을 따랐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보았듯이, 인류가 코로나19를 단기간에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우리가 지리적인 이유로 처음 매를 맞을 때 강 건너 불구경하던 유럽, 미국도 곧 코로나19에 몸살을 앓았다. 그 당시 확진자가 적어졌다고 샴페인 터뜨리던 대한민국도 마찬가지. 강력한 통제로 그 시기를 늦추었을 뿐, 우리도 결국 세계 평균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시원하게 한방에 앓고 끝내자는 극단적인 주장이 옳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꺼번에 환자가 폭증하면 의료붕괴로 사망자가 속출하게 된다.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매를 천천히 나눠 맞아야한다. 감염병의 확산을 늦추는 것은, 의료체계가 대처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의미가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만연해지며 단기 초토화 박멸전을 포기하고 장기전을 시작한지 1주일이 지났다. 오미크론의 확산세와 치명률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현재의 차단정책이 지속되면 사회가 얼마나 무너질지 난 정확히 모른다. 이미 각 분야들의 전문가들이 뽑은 견적서를 정부가 손에 쥐고 있을 것이다. 아마 해볼만한 수준이라고 견적이 나와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정책과 같은, 차단 기조의 정책이 몇년간 더 이어진다면 그 누구도 버티지 못 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방역이라는 찬사의 이면에, 국민들은 경제적 취약 계층부터 나가 떨어지고 있고, 일할 사람이 모조리 격리되는 직장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꼭 모든걸 체념하고 될대로 되라는 식을 얘기하는건 아니다.

A. 긴장을 놓지 않으면서도 침착하게 일상 생활을 이어가는 것.
B.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도 그것이 일상이 되며 해이해지는 것.

  지금의 정책 하에서는.. 어떤 방식을 써서라도 A로 연착륙을 유도하는게 최선이다. 버티기 끝에 마지못해 B가 되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A와 B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 그러므로 사람들의 뇌리에 A를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정부는 지난 2년간 그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안타깝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