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왜 청년들의 꿈은 공무원이 되었는가?

A. 본인이 과외하면서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은 '꿈이 뭐에요?' '나중에 하고 싶은게 뭐에요?'인데...

애들 대답 듣다보면 걔네들의 꿈이라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 사실 잘 몰랐는데, 계속 가르쳐보다가 알게 됨.

애들은 그냥.. 자기가 상상할 수 있는 어른 중에서 가장 멋있는 사람을 꿈이라고 말하거든.

부모가 멋있으면 부모의 직업을, 친척이 멋있으면 친척의 직업을, 운동 좋아하면 운동선수를. 디자이너의 팬이면 디자이너, 미용실을 자주 다니면 미용사... 아니면 부모친지선생이 좋다고 한 직업들.

실제로 재수생들 중에 생각보다 많은 애들의 꿈이 ‘명문대 진학 후 학원강사’임. 재수하는 동안에는 만날 수 있는 어른이 학원강사밖에 없거든.

대학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 잊어버림. 거기부턴 또 다른 세계니까.

B.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우리 세대가 한 것이라곤 오로지 공부 뿐인걸.

공부 잘하는 애들은 좋은 대학 가서, 또 공부해서 좋은 직업 가지는거고.

공부 못하는 애들은 안좋은 대학 가서, 또 거기서도 공부 못하면 안 좋은 직업 가지게 되는 거지.

공무원이 꿈인 세대라서 답이 없다고들 하지만, 어떡하겠나... 원래 공시족이라는 게 공부 못하던 애들이 마지막으로 공부에 희망 걸어보는 거였잖아.

어린 시절부터 ‘노력하면 무조건 된다’라는 가짜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니.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열심히만 하면 된다’식의 멍청한 논리.

열심히는 그냥 기본이고, 비용도 들어야하고, 똑똑하게 준비해야하고, 심지어 운까지 따라줘야하는게 현실인데.

오로지 노력이라는 변수 하나만 바라보게 만들고, 실패하면 당사자 책임으로만 돌리는 무책임한 사회의 변명에 세뇌된거지.

왜냐면 그게 편하거든. 잘 된 입장도, 잘 안된 입장도...

C. 근데.... 또 공부 밖의 삶에 일찍 눈을 돌린 애들은 명암이 너무 명확하게 갈림.

재기불능 될 정도로 실패했거나,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며 조금이나마 돈을 잘 벌거나, 리스크가 꽤 있지만 그래도 돈을 많이 벌거나.

근데 공부에 뇌가 절여진 애들은 이 쪽이 너무 위험해 보임. 입으로는 대단하다 부럽다 하지만 벼랑 끝까지 떠밀리지 않으면 완전 남의 세계 사정이라고 생각함.

D. 젊은 애들 꿈이 공무원이라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냔 사회의 큰 흐름에 종속되어 따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임.

난 도저히 이런 착하고 순종적이고 온순한 애들을 나무랄 수가 없음.

안 그래도 대학 진학 후에 꿈 잃어버려서 인생 흘려보내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