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치과에서 6개월..

A. 대학병원에서는 거의 없긴 하지만.. 치과에 왔다가 너무 겁이 많아 결국 치료 하지 못하고 그냥 집에 가는 아이들이 가끔 있다. (대학병원은 그런 아이들만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환자의 협조도에 따라 머리잡이, 수면마취(sedation), 전신마취 등의 방법을 강구하여 어떻게든 치료를 끝마친다)

부모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여기 왔으니 치료를 시켜야 한다는 마음에 몇 번씩 설득을 시키고 다시 체어에 앉히고 하는걸 반복하다가 결국은 집에 가게 되는데

바깥을 보면 울면서 건물을 나서는 아이와 화가 나있는 부모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소아환자가 귀가하는 모습을 볼때면 마치 내 어릴적 모습을 보는것 같아 짠한 마음이 든다.

B.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어릴 적에 엄청 겁이 많아서 치과에 가면 치료하지 못하고 나오는건 나의 모습이었고, 예방주사 맞는 것조차 무서워해서 학교에서 제일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친구들이 모두 집에 간 다음에야 주사 맞고 엉엉 울면서 집에 간 적도 많다.

그렇게 겁 많고 예민하던 아이가 지금 다른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사람이 됐으니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

지금도 주사를 무서워하는 예민한 사람이라 외과에서 마취를 할 때도 환자의 통증에 상당히 공감해주는 편인데...(나도 웬만한 치과치료는 다 당해봤으니) 나 스스로도 최대한 조심조심 안 아프게 주사하는 것을 항상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물론 나중에 개원하면 소아 환자들은 다 대학병원으로 보내버릴거다 ^^

C. 마무리가 좀 이상해서 소아치과 이야기 하나만 더 하자면, 성인과 소아는 양치질을 하는 이유가 다르다. 아이들의 치아는 충치 예방, 성인은 잇몸병을 예방하는 것이 주 이유이다. 성인의 치아는 치약이나 수돗물에 함유된 불소가 침착되어있기 때문에, 어린이처럼 쉽게 썩지 않는다. 다만 어린이들의 치아는 산에 취약하므로 (그래서 소아치과에서 불소도포 치료를 자주 한다) 빠르게 충치가 생긴다.

앞에서 말했듯 성인의 치아는 그렇게 쉽게 썩는 것이 아니고, 치주염 진행 역시 음식물이 잔존하는 시점부터 2-3일이 지나 시작하기 때문에 사실 잇몸병 예방이 목적이라면 자주 양치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구취나 에티켓 등의 이유 때문에 식사 후에 하는 것인데, 너무 잦거나 오랜 양치는 치아를 마모(abrasion)시키기 때문에 치아의 수명을 오히려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실제로 치주과나 보존과에서 나이 많은 환자분을 문진할 때 보면 치아가 다 마모된 경우가 상당히 많다. ㅜㅜ 나무위키를 참고해보니 영국 치위생사 협회의 최신 권고는 '하루 2번, 2분 동안, 그리고 치실 1번'이다.

그러니까 풍치 예방이 목적이라면 자주 양치를 할 필요가 없으므로 성인보다 아이들이 더 자주 양치해야한다. 그러나 대개 반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필요 이하로 하고 성인은 필요 이상으로 한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이를 자주 닦아주는 게 좋다.

실제로 소아치과 문진 표에는 '양치질 횟수'와 '양치질을 아이가 스스로 하는지, 부모님이 시켜주는지', 그리고 '불소 치약 사용 여부'에 대한 질문이 포함되어있다.